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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포레스트


최근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의 신축을 억제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은 매입하여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기택이네 집이자 영화 속 주요 배경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반지하 집’은 방공호의 목적으로 조성된 주택의 지하실이 1980년대의 수도권 인구폭증으로 인한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공간으로 개조되면서 서민들의 궁색한 삶을 대변하는 주거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낮은 층고, 채광, 환기, 누수 및 침수 문제 등 열악한 실내 환경과 사회적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 관련 제도, 1990년대 이후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어 주택공급량이 늘어나면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반지하는 점점 주거의 영역에서 밀려나고 있다. 상권이 활성화된 곳은 지상층보다 비교적 낮은 임대료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외의 노후 주거밀집 지역에서의 반지하 공간은 점점 그 쓸모를 잃고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는 매입한 반지하 주택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았지만, 공공 임대 주택으로의 활용을 시사해 시대의 역행을 염려하게 한다.

우리는 이렇게 도시의 골목골목에 밀집되어있는, 하지만 이제는 노후화되고 주거의 영역에서 밀려나고 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재해석하고 주거지에서 초근접한 도시 농장으로서의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여 유통,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식량자급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아래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채소가 재배되고 갓 수확한 신선한 먹거리가 집 앞 식료품 가게에, 그리고 우리의 식탁에 즉시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은 어떤 농장의 시스템에 비교해도 대체불가한 장점이다. 더불어, 노후 주거지역,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등 반지하 주택이 집중되어 있는 곳을 찾아 도시텃밭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보고, 도심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반지하 공간의 양성화와 더불어 그와 맞닿은 가로환경에 활력을 불어넣어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에서 연상되는 획일적인 서울의 풍경 위에 새로운 실내 텃밭과 로컬푸드 마켓, 레스토랑 , 오픈키친, 소셜 다이닝 등 마을 커뮤니티 지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우리는 해방촌을 그 첫 번째 모델로 삼았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월남한 이북 주민들의 거주를 시작으로 도심 속 서민들의 주거지로 형성되었다. 역사적 흔적과 가치를 가진 지역이지만,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의 지정, 최고고도지구에 따른 건축 제약 등으로 노후건축물이 밀집하여 열악한 주거환경을 형성하고 있어, 소위 서울의 달동네로 대표된다. 또한, 반지하 주택 비율이 18.64%로 서울 평균치인 6%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며, 열악한 주거 여건에서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주민들 간의 유대감과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며, 해방촌만의 마을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지역 공동체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젊은 계층의 유입 및 다문화와 개성, 자유로운 분위기가 바탕이 되어 카페, 빨래방, 작은 서점과 전시공간, 공방, 유명 맛집 등의 슬세권이 주 도로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남산 소월길에서 부터 녹사평역까지 5~25도의 급경사지에 형성된 주택가의 반지하 공간은 경사로 인해 채광의 정도와 실내환경 조건들이 각각의 대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도시텃밭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오드투에이/이희원,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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